그럼에도 억지로 끄집어내져 그 앞에 서면 눈을 들어올린다. 잡아끌어져 엉망이 되었던 셔츠는 주름이 남았지만 처음과 같이 단정하게 정리되었다. 죽어있지는 않지만 가라앉아있는 눈도 여전했다. 눈이 마주치자 기다렸다는 듯이 부드러워지며 입이 열린다. 입술은 느리고 정확하게 단어를 내뱉고 가슴께로 올라간 양 손은 유려한 선을 또박또박 그린다. 다 알고 있으면서도 지독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