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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t’s don’t do anything.

 

 

  먹먹하게 닫힌 눈두덩이 위로 강한 빛이 쏟아졌다. 저도 모르게 눈살이 찌푸려져 인상을 찡그리자 미간 위로 부드러운 손가락의 감촉이 느껴졌다. 따뜻한 감촉에 조금 전까지 물먹은 솜처럼 축 늘어져 있던 몸이 조금은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 누구, 유성, 씨? 조금은 앓는 목소리를 내며 제 미간을 꾹꾹 누르는 손을 잡아채자 머리 위로 부드러운 웃음소리가 들렸다. 유성의 음성이었다.

 

  “아침 먹자, 성희. 식사 준비 다 했어.”

 

  오늘 아침은 네가 좋아하는 크루와상 샌드위치에 어제 사 온 더치커피를 준비했어. 어서 일어나 잠꾸러기 아가씨. 장난스럽게 들려오는 음성에 의지와는 관계없이 눈꺼풀이 느리게 떠졌다. 여느 때와 같은 일상이었다.

  나는 천천히 기지개를 켜곤 주변을 살폈다. 침대 맞은편에 꽤 커다란 텔레비전이 있었던 것 같은데 어째서인지 보이지 않았다.

 

  “어라, 우리 여기 뭔가 커다란 가구 같은 거 있지 않았던가? 텔레비전이라던지.”

  “가구? 아, 아아, 얼마 전에 주민이 형네 엘리자베스 3세를 맡아줬다가 넘어뜨렸잖아. 주민이 형이 형 집에 있는 거, 가져가도 된다고 했는데 성희가 잘 안 쓰니까 괜찮다고 했었는데, 기억 안 나?”

 

  그랬던가. 그가 그렇게 말하니 그랬던 것 같은 기분도 든다. 연주회 기간에는 워낙 예민해서 주변의 일은 조금도 신경을 기울이지 않다 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내 몸이 아픈 것도 잊어버리고 연주회에 쓸 곡을 연습하다가 고열로 쓰러졌던 적도 있으니까. 그의 말에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이며 바닥에 발을 디뎠다. 발목으로부터 강한 통증이 찌르르 올라왔다.

 

  “윽…!”

 

  저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자 반사적으로 유성이 저의 몸을 안아 올리곤 인상을 찡그렸다. 이번 연주회에서 돌아오는 길에 다리가 풀려서 계단에서 굴렀어, 한동안은 다리 조심하라고 했었잖아. 제 다리에 곱게 감긴 깁스를 원망스레 내려다보는 그의 표정에 어쩐지 내가 다 미안해졌다. 나 그랬었던가. 하긴, 예전에도 그랬던 적이 있었으니 그랬을 수 있겠다 싶어 괜히 얼버무리듯 아 맞다 그랬지 하고 답했다. 그는 여전히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를 살피고 있었다. 내가 부주의한 탓인데도 그는 마치 자신 때문에 다치기라도 했다는 듯이 아주 미안해 보이는 표정을 짓고 있다. 내게 과분할 정도로 착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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