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인간의 기준으로 말하자면 날씨가 무척 좋다. 몇 개의 흰 구름들이 떠다니는 푸른 하늘은 깨끗하다는 표현이 어울렸다. 다만 이것은 인간들의 기준일 뿐 내게는 사실 상관없다. 그럼에도 이렇게 생각하게 되는 것은 마당에서 담장 너머의 어느 인간과 얘기를 나누는 내 연인 때문이다. 인간인 그녀는 오늘의 하늘을 보면 날씨가 좋다면서 사랑스러운 미소를 지을거다. 하지만 둘만의 시간이어야 할 지금을 방해한 어느 인간 때문에 거실엔 나 혼자 뿐이다.

 

 

  "여기도 요즘 괴인이나 괴물 발생율이 줄어서 사람들이 늘었더라고요."

  "그런가요. 그러고 보니 최근 동네에서 사람들을 예전보다 자주 보게 되었네요."

  "아가씨는 여기서 오래 지냈지? 무섭지 않았어?"

  "글쎄요. 예전엔 주위에 신경 쓸 틈이 없었다 보니 느끼지는 못했어요."

  "그래도 지금은 듬직한 그이가 있어서 안심이지?"

  "...... 네."

 

 

  집중해서 엿들은 내용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아니, 저 정도면 나중에 한번쯤 구해줘도 괜찮겠지. 저번의 어느 인간처럼 나에 대해 헌담 비슷한 얘기를 하지 않으니. 나는 상관없지만, 사유라가 기운이 없어졌었지.

 

 

  "만약 그때 사유라가 울었다면 이 동네에서 살지 못하게 했을텐데."

 

 

  그녀가 싫어할게 분명하기에 되도록 인간에게 피해를 줄만한 일은 하지 않는다. 한다면 들키지 않을 방법으로 하겠지만... 죽이는건 귀찮은 일이 많아질테니 피하고, 간단하게 집을 절반정도 파괴했으면 됐을거다. 아아, 정말이지. 나도 이런 생각을 하게 될 줄이야. 옛날에는 그저 제거하는 것으로 쉽게 끝냈었는데... 복수를 해온다면 그건 그것대로 처리하면 끝이었는데... 몇몇 부분이 확실하게 바뀌어버렸군. 단 한명에 의해서...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