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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뿐이었다.
기울어지지도 않았고 한 걸음 나아가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신경질적으로 바닥을 차는 발소리는 급했다. 우악스럽게 왼쪽어깨를 잡아챈 손에 몸이 뒤쪽으로 물러나며 빙글 돌았다. 입술에 눌렸을 뿐인 담배가 공중에 내던져졌다. 반쪽뿐인 시야 속에 익숙한 얼굴이 들어차자 어깨를 잡았던 손은 목 아래의 셔츠를 비틀어 잡아 내렸다. 정답임과 동시에 오답이다. 어느새 미지근해져버린 라이터를 쥔 오른손이 자리를 잃고 추락하던 담배를 중지와 약지를 펼쳐 가볍게 잡아내었다. 깜빡임 하나 없이 잠긴 눈은 잔뜩 찡그려져 불만을 표하는 얼굴을 놓지 않은 채였다. 잡힌 담배 한 개비는 라이터를 잡은 엄지를 두고 남은 손가락 사이사이로 한 바퀴 돌았다. 보지 않아도 훤히 그려지는 행위에 일그러진 눈썹이 꿈틀거린다. 유려한 곡선을 그리던 담배를 잡아 세우며 주름 잡힌 미간을 꾹 눌러 펴고 싶은 마음을 억지로 삼켰다.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것 같은 것이 그리 좋지가 않다. 혼자 머리를 빠르게 굴려보아도 어느 쪽이든 싫어할 모습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최선의 방법은 오롯이 그의 손에 달려있었다. 싫어하다 못해 혼자 억지로 삭이는 것은 별로였지만 달리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애초에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에서부터 어긋난 것일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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