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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숙한 목소리가 이질적으로 멀어진다.

  덤덤하게 툭 던진 문장은 잡혀 당겨진 것 따위로는 무엇도 되지 못한다고 속삭인다.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처럼. 그렇게, 또. 또다시, 이렇게 버젓이 저를 앞에 세워두고 속을 삼킨다. 말하고 싶지 않으면서 도망치지 않는다. 숨기려 애쓰는 것조차 없다. 입 꼬리를 말아 올려 비웃는 것보다 악질이다. 검은 셔츠를 말아 쥔 왼손에 힘이 들어가며 부르르 떨었다. 한껏 당겨진 셔츠는 한계라는 듯 팽팽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에 맞춰 힘줄이 투둑투둑 불거진 손에서 힘이 빠져나간다. 문장을 함께 그리기 위해 들어 올린 하얀 손이 제 손을 붙잡은 것은 아니었다. 무언가를 덧붙여 말하지도 않았다. 짙게 가라앉은 눈동자에 담긴 자신과 마주쳤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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