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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을 뜨자 창문 너머 햇살이 비치고 있었다. 혜성의 몸 위로 내리는 햇살은 무척이나 눈 부시고 따듯했다. 새벽까지 앓았던 것이 모두 빛에 씻겨 내려간 것처럼 마음이 가벼웠다. 끝없이 파도가 일던 마음이 지금은 무척이나 평온했다. 이 세계의 벨스커드는 혜성에게 평범한 아이처럼 살라 말했다. 그 말에 따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생각했다. 자스민과 대치하는 일은 절대로 할 수 없다고, 이대로 현재가 무너질 때까지 평범하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그런 생각은 들지 않았다. 잊고 있었던 약속이 떠올랐다. 그때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검을 들어야 했다. 혜성은 코메트. 벨스커드라는 중심을 따라 돌고 있는 혜성이었다. 이제 돌아갈 수 없어진 장소에서 자신을 기다렸을 중심을 생각하면 이대로 손을 놓고 있을 수가 없었다. 그에게 돌아갈 때까지 궤도를 벗어나고 싶지 않았다. 사명에 최선을 다한다는 약속을 저버리고 싶지 않았다. 혜성은 몸을 일으켜 몸 곳곳에 붙은 지푸라기를 떼어냈다. 캐논에 손상이 있는 곳은 없는지 꼼꼼히 살펴보고는 캐논을 허리춤에 찼다. 언니였던 자와 싸워야 하는 것은 여전히 괴로웠지만, 각오를 굳힌 탓인지 캐논의 무게가 가볍게 느껴졌다. 혜성은 심호흡을 하고는 문 앞에 섰다. 헛간 문을 열자 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그때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언젠가 다시 만날 때까지 이 손으로 모든 것을 바로잡겠어요.

 

  혜성은 그렇게 다짐하며 빛을 향해 발을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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