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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네 번째….”
지친 기색이 역력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던 그는 여러 종이를 조금 신경질적이게 방의 한쪽 구석으로 던져버렸다. 책상 위에 얹어놓은 손가락이 불규칙하게 움직였다. 도저히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지끈거리는 머리에 절로 눈이 감겼다. 그런 와중에도 제 시야에서 사라진 그녀가 지금 무얼 하고 있을지, 상태는 어떨지 걱정부터 앞섰다. 시간이 지나면서 클리브는 답지 않게 불안하고 조급한 모습을 자주 보였다. 대체 왜. 항상 원점으로 돌아오는 것인지 골똘히 생각하던 그는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면서 머리를 뒤로 넘겼다. 답답한 마음이 앞섰다. 조사한 자료들을 보지 않는 이상 알 방법이 없을 텐데. 그 생각이 스치자마자 클리브의 움직임이 멈췄다. 붉은 눈동자에 본인의 추측에 대한 약한 공포심이 서렸다.
아, 설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클리브는 곧바로 자신이 던져놓은 종이더미로 달려갔다. 최근의 것은 옆으로 치워 꽤 오래 전에 적었던 자료들을 한 움큼 쥐었다. 능력을 써가는 그의 표정이 서서히 변해간다. 그 종이에 담긴 기억을 읽은 그에게서 종잡을 수 없는 감정이 흘러넘쳤다. 고개를 푹 꺼트린 그는 자조적인 헛웃음을 터뜨렸다. 원인은 너무나도 가까운 곳에 있었다. 하지만 그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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