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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름달로 인해 밝혀지는 밤하늘은 달과 함께 구름들이 차지했어야 했다. 허나 고요했을 하늘에 울려 퍼지는 것은 날개가 퍼득이는 소리. 그것은 밤의 하늘을 나는 새들의 날갯소리가 아니었다. 어둠 속을 소리없이 나는 그들과 달리 당당한 그 날갯소리의 주인은 어느 존재도 감히 바라볼 수 없을 만큼의 존재감과 고고함을 지닌 모습이었다. 창조와 소멸을 관여할 수 있을 만큼의 거대한 힘을 지녔으며, 세계의 수 많은 지식들을 가진, 같은 신들도 동등한 위치에 닿을 수 없는 신. 근처에 있던 존재들은 숨을 죽인다. 눈에 보이든 보이지 않든 어느 존재든 신을 방해하지 않으려 한다.

  신은 짙은 구름의 바다에서 떨어진 어느 구름을 바라본다. 하나로 모여 바다가 된 다른 구름들과 떨어진 그 작고도 흐릿한 구름은 신에게 어느 존재의 눈동자를 떠올리게 했다.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음에도 한없이 흐릿했던, 절망에 한순간이지만 색을 잃었던 눈동자를... 그리고 그 눈동자의 주인을 떠올린다. 닿았지만, 결국 멀어진 존재를 구름에 이입한다. 자신을 지나치는 바람을 조종해 구름으로 향하게 한다. 바보같은 행위임을 알아도 그는 그것에 허무한 만족감을 얻는다.

 

 

  "이번의 너는 어떠한 대답을 내놓을까."

 

 

  누군가에게 건낸 질문에 답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그저 자신의 날갯소리만이 들려옴에 신은 잠시 눈을 감았다가 뜬다. 그리고는 지상을 향해 신은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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