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토가 떠난 후, 떠지지 않을 것 같던 눈꺼풀이 천천히 떠진다. 이제는 제법 밝아진 세상으로 인해 연갈색의 눈동자는 제 색을 뽑낸다. 아니 뽑낼거라 여겼지만, 드러난 눈동자는 다른 색이었다. 신의 모습이었던 그와 같은 금색의 눈동자였다. 허나 그 눈은 지쳐있고도 기운이 없다.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한 흐릿함을 띄고 있다. 눈동자의 주인은 한참이나 창 밖을 바라보았다. 하얀 눈으로 덮여지는 세상을 바라본다. 그리고 다물어져 있던 입술이 살짝 열린다.
"바보 같은 분... 그렇게도 원망하라고, 잊으라고 했는데... 왜 저게 묶여있는 건가요."
흘러나온 목소리는 자세히 듣지 못하면 들리지 않을 만큼 작았다. 끊기지 않은게 용할정도로 희미한 목소리였다. 그녀는 이미 자리에 없는 신을 꾸짖는다. 허나 거기엔 원망도, 책망도, 실망도 담겨있지 않았다. 그리고 여성은 다시 한참을 창밖을 본다. 고요한 세상 속에서 그녀는 존재한다. 다시 한참의 시간 후, 다시 입이 열린다.
"하지만 저도 결국 당신을 완벽하게 놓아주지 못했네요. 당신을 잊지 못했고, 이 사랑을 품고 있네요. 정말이지, 저희 둘 다 정말 어리석군요."
지친 눈동자가 다시 닫히는 눈꺼풀에 의해 가려진다. 눈꺼풀이 완전히 닫혀지기 직전, 눈동자는 연갈색으로 돌아간다. 아주 작은 틈만이 남았을 때, 투명한 눈물이 새어나와 하얀 볼을 따라 흘러 내렸다. 그때의 눈물이 뜨거움인지 차가움인지 모른채 사유라는 중얼거린다. 다가올 봄을, 또 한번의 끝을 그리며 다시 신이 될 여성은 읊조린다.
"아아, 정말 사랑은 아픈 감정이네요. 토토씨..."
그 속삭임이 사라진 후, 그녀는 고요한 세상 속에 다시 잠든다. 자신의 주위의 존재들의 울음소리를 듣지도 못한채, 사랑하는 존재가 괴로워함을 알아도 그녀는 망각의 가면을 다시 쓴다. 비틀려진 운명 속에 몸을 맡긴다. 무너지는 영혼의 소리와 상냥한 눈이 내리는 소리를 들으며, 신이 사랑하는 존재는 잠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