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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린의 효용성은 장난감보다는 간자라는 사실에 있었다. 아이셀의 묵인아래 일린은 제가 가진 모든 정보, 그로슐라에 대한 것 까지 리리움에게 가져다 바칠 수 있었고, 만족스러워하는 리리움의 얼굴을 양분삼아 자라났다. 일린의 세계가 그렇게 지어지고 만들어졌다는 뜻이다. 그러나, 일린은 어떻게 되었지? 신뢰를 잃었다는 사실은 더 이상 효용가치가 없어졌다는 말과 같다. 가치를 잃어버린 것에게 주어질 자비는 없다. 자비는 없다.
이 모두 눈앞의 아이셀이 만든 일이다. 일린은 아이셀의 멱살을 붙잡았다.
"씨발, 뭐하자는 짓이야?"
"어쩔 수 없었어. 대의를 위해서."
"지랄하고 자빠졌네. 그로슐라를 위해서겠지."
"그가 원하는 게 평화의 존속이야."
아이셀은 멱살을 붙잡혀서도 덤덤한 얼굴이었다. 허나 일린은 아니었다. 일린의 머릿속을 뒤덮은 것은 간절함, 갈급함. 당장이라도 리리움의 발치에 무릎을 꿇고 그렇지 않았다 고하고 싶은 기분이었다. 당장이라도, 이 새끼의 목을 바쳐서라도 가능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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