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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린은 아이셀에게 다시 달려든다. 아이셀이 몸을 숙이고, 땅을 박찬 일린의 발은 아이셀의 배를 걷어찬다. 윽, 하는 소리와 뒤로 날아가는 몸. 놓치지 않고 달려든 몸은 아이셀의 중심을 빼앗고, 흑발이 휘날린다.

  땅에 부딪히는 몸 위에서 어지럽게 튀는 피. 일린은 제 얼굴에 튄 피를 거칠게 닦아내며 일어나려는 아이셀의 위로 올라타 목을 조른다. 흑발과 청발이 어지럽게 휘날린다. 정확하게 마주한 눈은 신념으로 일그러지고, 힘겨루기로 싸우는 순간에도 피는 흐른다. 아이셀의 등과 일린의 손을 적시는 피, 피! 붉게 이지러지는 시야 속에서도 아이셀의 은안은 지나치게 반짝인다. 손목을 잡아 꺾어 일린을 제압하고, 쿨럭 거리며 기침하다가 기묘하게 정확한 발음으로 이야기한다.

  “꼭 이래야만 했냐고 묻진 않을게.”

  “입 닥치고 죽지 그래?”

  “하하, 그건 안 돼.”

  일린은 이를 악물로 뒤로 물러난다. 아이셀이 비틀거리며 일어나고 있다. 젠장, 되는 일이 없어! 짜증스럽게 독백하며 땅에 떨어진 칼을 주워들고 그로슐라에게 향한다. 다급하게 던진 아이셀의 검이 일린의 등을 베고, 일린은 이를 악물고 아이셀에게 비수를 던진다.

  씨발, 어째서 그딴 눈을 하냐?

  지독하게 침착한 눈앞에서 일린은 침착해지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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