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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리움의 저택은 흰 색이고, 일린의 피는 붉었다. 그래서 일린은 그저 서 있을 따름이다. 그의 흰 벽에 조금이라도 피가 묻는다면 저 자신을 용서할 수 없다는 사실을 제가 잘 알고 있었기에. 일린은 그저 서 있을 따름이었다. 피가 다리를 타고 흘러 바닥에 퍼지고, 혈향은 아릿하게 주변으로 퍼져 화향과 섞인다. 구두소리. 일린은 그저 문을 응시한다. 문이 열린다. 그 앞에 나오는 것은, 플라와우의 옷을 입은 리리움. 한 점 감정 담기지 않은 눈이 일린을 향한다. 일린은 그 자리에서 제가 죽었다고 확신하였다. 세계의 어딘가가 무너져 내려, 죽었다고.

  리리움의 시선이 일린을 에덴 밖으로 내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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