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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랜 시간동안 일린은 깨어나지 못했다. 아니, 아이셀이 부러 깨어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그리하야, 리리움의 가장 큰 지지자요, 내무 조사과의 간자는 제 몫을 다하지 못했다. 다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그 범인이 친우라는 사실에 일린은 배신감을 느껴 마땅했으나, 일린이 느낀 것은 그저 절망과 분노일 따름이다. 리리움을 오랫동안 보지 못하였다는 분노. 그 하나만 품고 일린은 아이셀에게 말을 걸었다.
"오늘이 며칠이냐?"
"글쎄. 일단 100주년 기념식 하는 날이야. 끝났고."
"뭐?"
"미안."
아이셀은 답지 않게 처연하게 웃어보였고, 일린은 신경 쓰지 않았다. 아이셀이 심란해 보였으나, 리리움을 보지 못했다는 절망이 더욱 강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린은 아이셀의 사과를 신경 쓰지 않고 뛰어나갔다. 아이셀이, 사과 따위 하지 않던 사람이라는 사실을 무시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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