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서 검이 떨어진다. 그와 동시에 의식도 서서히 멀어진다. 몸과 영혼이 어긋나 생기는 이질감. 고통은 저 너머에서 흘러드는 것처럼 희미하고, 실 끊어진 인형 같은 몸뚱이는 바닥에 쓰러진다. 흘러나가는 피. 하늘이 흐릿하고 맑다. 지독히도 맑다.
“나는 괜찮아요.”
언제나 괜찮았거든요. 희미한 웃음은 피를 토하는 기침에 묻힌다. 무릎 꿇은 그로슐라의 모습이 어색해서, 아이셀은 부러 웃어보였다. 어차피 죽을 몸. 걱정을 남기고 갈 이유가 무엇이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