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을 사랑하는 것, 또 그리워하는 것, 그것 모두… 내게 일상처럼 스며든 모든 것들이죠. 판도라, 라는 사람에 대한 것들이. 매일 당신을 향해 혼잣말해요. 식물인간에게 말 같은 자극을 주면 깨어날 수도 있다는 연구결과를 철석같이 믿고요. 머릿속으로 당신에게 보낼 편지도 써요. 언제나, 내일도, 지금도. 그렇지만 상황은 같아요. 나는 당신을 책임지지 못하고 있잖아요. 내가 일을 벌여놓고, 이 지경으로 일어나지도 못하게 해놓고 조금은, 일어나지 않는 당신이 원망스럽기도 했어요. 아까 말했듯이 다시 나한테 원망이 꽂히지만, 언제나 혼자서 당신의 빈 자리들을 바라봐야 한다는 이유로. 그리고 당신을 너무 사랑한다는 걸로 그랬어요. 고운 눈을 감고서 보고 싶다는 나를 외면하는 것 같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희생한 것은 당신이죠. 그러니까… 이 도돌이표같은 생각을 멈추고 빨리 연구해서 완성하지 않으면 안 돼요. 어서 당신이 웃는 모습이 보고 싶네요… 어서 모든 걸 돌려놓을게요. 그래서 편두통도 낫고, 일어나서 잘 생활하도록 내가 도울 테니까. 정말로, 당신이 하품하는 모습이 보고 싶어요.

 

  “잘 자요. 좋은 꿈 꾸고, 낮이라도 푹 자요. 언제 이렇게 자본다고.”

  “......”

  “계속 연구하고 있을게요. 앞에서 너무 울어서 미안해요.”

  “......”

  “침대를 잡고 울었더니- 눈물이 손등에 묻었었죠, 음… 손수건이 어디 있더라. 여기 있다. 닦아 줄게요. 음… 됐다.”

  “... …”

  “이제 진짜 연구해야지. 잘 자요.”

  “......”

 

  그리고, 밤늦게까지 연구를 했어요. 한바탕 울고 마음도 바로잡으니까, 꽤 잘 풀렸어요. 하지만 졸면 위험하니까, 3시까지만 하고 방으로 들어가는데 당신이 눈에 밟혀서... 가만히 있을 텐데, 분명 결계도 두껍게 쳐놔서 창문 너머로 당신이 보일 수도 없을 텐데 걱정이 돼서 문을 열어요. 잘 있죠? 판도라. 아, 그대로네요. 내가 곧 해결해줄 테니까 무사히라도 있어줘요. 어쩌면 정말, 내가 당신의 두통을 없애줄 수 있는 사람이란 건 다행이에요. 지킬 수도 있고, 만날 수도 있어서. 이제 정말 잘게요. 잘 자요. 이제는 나부터 웃어 볼게요. 하품도 좋지만, 판도라의 웃음이 보고 싶으니까.

 

 

  “라벤더 차 좋아해요?”

  “......”

  “아침에 마시니까 좋네요, 판도라가 생각나서 마셔봤는데.”

  “......”

  “잘 자고 있는 것 같네요. 나는 또 연구하러 가 볼게요. 잘 자요.”

  “...”

 

  그렇게 왔다 갔다, 연구하다가 쉴 때 당신을 보면서 마음속으로 당신에게 말하고 싶은 문장을 떠올리고, 시를 짓고, 편지가 되고, 또 그 편지는 당신을 향한 내 마음의 책이 돼요. 언젠가 이 책들을 전부 보여주고 싶어요. 그걸 보고 당신도 내게 그런 책을 보여준다면, 아마도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되겠죠. 그걸 읽으려면 긴 시간이 걸리고, 그래서 더 우리는 오래 있어야겠네요. 오랫동안 같이 있어요. 내 곁에 있어 주세요. 판도라, 당신이 어렸을 때부터 큰 연구만 하던 천재 프리드에게, 한 사람을 사랑하고 생각하는 철학을 가르쳤으니까요. 그래서 놓치고 싶지 않아요. 그대가 고맙고, 그런 경험을 줘서 고마워요. 당신이 내 곁에 있고 싶도록 나도 노력할게요. 언제나 바쁘고, 인기 속에서 살아왔던 당신이 느낀 외로움… 나는 전부 감싸줄 수 있어요. 그 유전자 때문에 생긴 이질적인 느낌, 나는 그것마저 사랑할 수 있어요. 이해하고, 당신이니까. 판도라라는 존재에서 나온 것은 전부 사랑해요. 그리고, 당신의 단 하나뿐인 연인이 될 거예요. 반드시. 판도라가 찾던 건 여기 있잖아요. 그렇죠?

 

 

 

  “판도라, 만들었어요. 당신을 깨어나게 할 장치를.”

  “......”

  “사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당신은 이미 깨어났어야 했어요.”

  “......”

  “하지만 스킬을 너무 쓰지 않아서 쇼크를 크게 먹었어요. 그래서 장애가 생겼고, 24시간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도 당신은… 당신은 깨어나지 못했어요. 그렇지만, 이제는 눈을 뜰 수 있어요.”

  “...…”

  “나를 믿어요, 판도라.”

  “......”

 

  호흡기를 이용해 이 증기를 유입시키면, 내 의식이 이 증기를 타고 가서 판도라를 직접 깨울 거예요. 실패한다면 우리는 판도라의 몸 안에 갇힐 것이고, 성공한다면 예전처럼 돌아올 수 있겠죠. 반드시 성공할 거예요. 당신을 행복하게 하겠다고 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