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그녀가 처음 만났던 것은 10년도 넘은 아득한 기억의 저편, 마키사마가 현재 살고 있는 영국과는 달리 여름만 되면 숨이 턱턱 막히는 공기가 가득한 일본에서의 일이다. 당시 마키시마는 19살, 이러 저러한 진로에 대한 걱정이 가득 할 시기의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다. 단지 조금 평범하지 않은 면이 있었다면 그는 입시에 대한 걱정보다는 로드레이스가 취미이자 특기였던 점이었을 것이다.
여름, 지금 추억해도 끝없이 높고 깊은 파란 도화지 같은 하늘에 구름이 유영하던 모습이 기억난다. 그런 여름에 마키시마는 그녀를 처음 만났다. 당시 마키시마 나름의 10대를 전부 불태웠던 로드레이스 마지막 인터하이. 산악 결승 골 지점에서 그와 정통으로 마주친 그녀의 눈동자를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가장 힘들고 숨이 막히는 순간. 동료도 아닌 먼저 마주친 그녀의 눈동자는 마키시마와 눈이 마주친 게 신기한 듯, 아니 신기하다기 보다 그와 똑같이 열정을 가득한 눈을 하고서 마키시마와 눈이 마주치자 놀란 토끼눈이 되어서는 당황해 보였던 그녀. 경기가 다 끝나고 나서 시상식 밑에 있는 마키시마를 발견하자마자 달려와서는 오늘부터 팬이 되었다며 사실 자신은 마키시마와 같은 소호쿠가 아닌 하코네 학생이며, 혹시 괜찮다면 다음에 같이 밥 한번 먹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기고 심지어 번호도 남기지 않은 채 사라졌다.
처음이었다. 마키시마의 인생에서 여자가 처음으로 밥을 같이 먹자고 한 것은. 그것도 같은 학교도 아닌 타 학교 학생이 말이다.
“여, 마키시마! 너한테 밥 먹자고 한 여자애가 있었다면서?”
다짜고짜 라이벌이자 친구인 토도 진파치가 그녀와의 약속을 이뤄줬던 것도 기억한다. 다짜고짜 레이스가 끝난 날 밤, 전화해서는 ‘마키시마! 내가 그 약속 이루게 해주지! 이 토도 진파치가 말이야!’ 라고 하고는 정말 그녀의 번호며 이름까지 알아다 줄지는 몰랐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