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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의 이름은 사사키 리에. 진파치가 진짜 번호를 따다 준 이후 평소에는 여자에게 말을 걸 용기조차 없던 마키시마는 일생일대의 용기를 내어 그녀에게 문자를 보냈고 자연스럽게 약속을 잡아서 정말 다른 연인들과 같은 과정으로 그녀와 그는 만났다.

 

  “대단한 운명이네요! 대회에서 한번 마주친 우연으로 연인이 되다니.”

  “뭐, 하하, 예…….”

 

  그러나 운명이라는 것은 참 지독했다. 마키시마는 대회가 끝나고 얼마 후 멀리 영국으로 유학을 가벼려야 하는 처지였던 것이었다. 사실 그 이전부터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지만, 짐작도 하고 싶지 않았던 현실이 눈앞에 닥치자 창밖에 떠있는 달을 보며 눈물을 지었던 셀 수 없는 밤이 그에게 있었다.

 

  “어째서 그럼 그 때 연락 했던 거야?”

 

  그녀와의 추억이 담긴 여름의 공기가 무심히 묻힐 유난히도 추웠던 그 해 12월의 겨울, 마지막으로 만나서 이별을 고할 때, 그녀는 나에게 물었다. 왜 그럼, 이런 일이 닥칠 줄 알았으면서 그녀를 받아들인 건지. 마키시마의 슬픈 눈을 정면으로 응시했던 그녀의 연회색의 눈동자에 투명한 눈물이 차올랐다. 그 모습조차도 사랑스러워서, 헤어지고 싶지 않아서, 목으로 쓴 눈물을 마키시마는 삼켰다.

 

  절대, 절대 그런 생각을 해 본적은 없었어. 마키시마는 목 끝까지 차올랐던 그 말을 그녀에게 할 수 없었다. 그는 끝까지 나쁜 사람이었고 그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무슨 사정이 있든 간에 그녀에게 잘못을 한 것은 맞으니.

 

  “그 이후 그 첫사랑 분과는 만나셨나요?”

  “음…. 죄송하지만 제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아……. 리포터는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인터뷰를 서둘러 종료하기 위한 멘트를 던졌다.

 

  “마지막으로 그럼 이 책을 읽는 독자께 한 말씀 부탁드려도 될까요?”

 

  마키시마는 드디어 끝이 왔구나 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한 층 부드러워진 분위기, 독자 분들께 뭐라도 도움이 되는 말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잠시 고뇌했지만 금방 무언가 떠오른 듯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는 잠시 멘트를 정리하기 위해 목을 가다듬었다.

 

  “음, 사실 말씀드릴지 말지 고민스러워 아까는 말을 아꼈습니다만, 역시 말씀을 드리는 것이 낫겠습니다. 아까 첫사랑에 관한 이야기는 그게 끝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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