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 It smashes the television, removes the inner sound, loses the cell phone, and erases the memory.

 

 

  식사를 끝마친 후에, 그는 나를 다시금 침대 위로 앉혀놓고 설거지를 하고 오겠다며 부엌으로 돌아갔다. 간간히 들리는 접시의 마찰음과 물소리가 마치 신혼부부를 떠오르게 했다.

 

  나도 참 주책이야. 급격히 달아오르는 양 뺨 위에 손바닥을 올리곤 고개를 젓다 문득 텔레비전이 올라가 있던 탁자 위로 시선이 옮겨졌다. 어째서인지 지난밤 꿈에 유성이 울며불며 저 자리에서 무언가를 부수고 있었던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뭐, 그것이 사실이든 사실이 아니든 내 알 바는 아니었다. 나는 그를 여전히 사랑하고 있고, 그의 곁에는 내가, 나의 곁에는 그가 필수적으로 있을 테니까 그런 사소한 것들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탁자 위에 모래알처럼 반짝이는 작은 유리 조각을 유심히 쳐다보다 어쩐지 두통이 일어나는 것 같아 고개를 저었다. 무언가 떠오를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다. 별로 내키지 않는 걸 보면 별 시답잖은 기억이리라.

 

 

  “피곤하지 않아?”

 

 

  그새 설거지를 마치고 온 그가 침대에 걸터앉아 저를 빤히 내려다보며 물었다. 그를 바라보고 있노라니 어쩐지 졸린 것도 같아 조금 졸려, 하고 답하자 그는 살포시 웃으며 제 이마에 입을 맞췄다. 잠꾸러기네. 장난스러운 그의 목소리가 어쩐지 서늘하게 들린다.

 

 

  “조금 잘래?”

  “응. 조금만 더.”

 

 

  그래. 이따가 병원에 한 번 더 가기로 예약되어 있으니까 그 전까지 조금만 자자. 그는 내 가슴께로 이불을 덮어주곤 다시 한번, 이번에는 콧잔등에 쪽 하고 입을 맞췄다. 이마에 닿았을 때는 뜨거웠던 것 같은 입술이 어쩐지 서늘하게 코를 짓누르는 것 같은 느낌과 함께 급격히 졸음이 몰려왔다.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