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키시마가 영국으로 온 뒤 5년가량 지났을 때 즈음, 그는 그때도 자신의 사랑을 잊지 못했다. 그녀와 잡았던 손, 대화하며 먹었던 음식, 분위기, 키스까지 전부 하나하나 잊을 수 없는 그 소중한 순간들이 먼 이국땅에서도 그와 함께 숨 쉬고 있었다. 그렇게 하루하루 버텨나가는 하루는 그에게는 지옥 같았지만 그 지옥마저도 일상이 되었다. 그러나 자신이 이별을 고하고는 다시 연락을 해봐야 겠다는 용기를 차마 내지 못하고 그는 마음속 보이지 않는 바닥으로 계속 추락하고 있었다. 마키시마는 겉으로 보기에 멀쩡해 보였지만 멀쩡하지 않은 어딘가 한곳이 텅 비어버린 상태를 익숙함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언젠가 만날 수 있을 것 이라는, 남들에게 말하기 어색하고 본인의 생각에도 이상한 기대가 그의 가슴 한 켠에 있었다. 그것이 결혼 이후더라도, 죽기 전이라도. 한 때 사랑했던 그녀를 언젠가는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그런 기대. 인간은 희망으로 살아간다고 했던가. 그 희망은 마키시마가 일을 하며 계속해서 페달을 밟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 후 갑자기 그녀와 만날 용기를 내게 된 것은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 역시도 자전거 때문이었다. 프랑스에서 개최되는 세계에서 가장 큰 자전거 대회인 투르 드 프랑스(le Tour de France). 프랑스에 와서도 놓지 못했던 자전거는 그의 생활에 한줄기 빛이었다.
무슨 자신감이었는지 그 이상한 믿음을 실현하기 위해서 마키시마는 대회에 참가하기 전 마키시마는 그녀에게 메일을 보냈다. 정말 염치가 없지만, 아직 나를 잊지 못했다면 내가 참여하는 대회를 보러 와 달라고. 무척이나 네가 그립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