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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지로 문질러 지우듯 열었던 덮개를 내렸다. 열었을 때와 같이 순식간에 자취를 감춘 울림은 주머니 속으로 잠시 들어가려던 손을 멈추었다. 손바닥 위로 다시 눈을 떨어뜨리자 입에 물려 있는 담배 한 개비가 소리 없이 위아래로 한 번 까닥인다. 체온이 스며들기 시작한 검은 금속은 제가 담배를 들기 시작하자마자 보내진 선물이다. 보낸 이의 이름을 가지지 않은 채로 깔끔한 상자에 덩그러니 담겨 제게 왔을 뿐이었다. 간소했기에 더 고급스러워 보이는 포장과 다를 것 없던 내용물은 자신을 알리지 않은 발신자를 쉽게 떠올리게 했다.

  그 모든 것이 명함이라도 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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