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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 이 세상을 부수고 우리가 원하는 세상으로 재건축하자. 배신한 사람들로 길바닥에 주저앉아 허무한 눈으로 땅만 바라보던 네 시선이 나를 향한다. 이런다고 널 불쌍히 여기는 사람은 없어, 오히려 무너진 네 꼴을 알면 좋아하겠지. 그러니 나를 따라와. 다시 한번 나와 함께 하기를 권유하며 나는 주저앉은 네게 손을 내민다. 하지만 너는 여전히 자신의 상황을 부정하려는 것처럼 고개를 젓는다. 아아, 불쌍한 여우야. 사람들한테 너무 길들여져서 버린 제 주인을 기다리는 개 같은 꼴이 됐구나. 이미 썩어 물든 녀석한테 무슨 미련이 남았다고. 네 모습에 나는 혀를 끌끌 차며 입에 문 곰방대를 피며 연기를 내뿜었다. 녀석의 찬란한 인생이 연기처럼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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