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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루가 실종되었다. 남의 손에 의해 사라진 것이 아닌 그녀 스스로 모습을 감춘 것이라 사람들은 그렇게 말했다. 작정을 하지 않고서야 이 정도로 아무런 흔적이 남지 않을 수가 없다면서. 그들의 추측은 곧 모두에게 사실로 변질되었고 클리브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녀가 스스로 떠나갔다며 떠들어댔다. 말이란 것은 쉽게 변질되었다. 갖가지 것들이 사실도 아닌 것에 달라붙어 쉬이 퍼져나갔다. 클리브가 지나가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여루에 대해 천박하다 싶을 만큼 얘기하던 그들을, 그는 몹시 불편해했다. 딱히 명확한 이유는 없었다. 그저 여루의 이름이 모르는 사람들 입에서 오르내리는 것이 싫을 뿐이었다.
클리브는 지독할 정도로 끊임없이 그녀의 흔적을 쫓았다. 자취가 없다던 그들의 말과는 다르게 그는 그녀의 종적을 조금이나마 찾아낼 수 있었다. 아마 그의 능력―사이코메트리― 덕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그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어느 정도 마지막까지 갔다 싶었을 즈음엔 항상 모든 것이 원점으로 되돌아왔다. 마치 클리브가 그녀를 어떻게 찾고 있는 건지 다 알고 있다는 듯이. 이번에도 시작지점으로 돌아온 여루의 행방에 그는 화를 참기 위해서 이를 꽉 물었다. 이번만큼은 그녀를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의 확신은 도로 남의 손에 갈가리 찢어진 채 허공에 흩어져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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