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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이 없는 것 같은 공허한 눈동자에 세상을 무로 화하는 붉은 불꽃이 일렁였다. 세상을 가득 메우는 찢어지는 소리가 하늘 끝까지 치솟았다. 아기의 울음소리, 도로의 뒤섞인 경적 소리, 각각의 공포감이 담긴 색다른 비명소리들. 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제각각의 개성 높은 소리들이 조화를 이루어 하모니를 연주했고, 그 연주에 맞추어 불꽃의 춤이 더욱 빨라졌다. 파괴란 게 무조건 엉망진창의 소음일 줄 알았는데 그런 것도 아닌가 봐, 지금 이 광경이 마치 신이 인간들의 죄악을 심판하여 재앙을 내리는 것처럼 영화롭게 느껴지다니 말이야. 순박한 성격은 아니지만 파괴라면 질색하던 네 입에서 듣기 힘든 말이 튀어나왔다. 양의 탈을 쓰고 있었던 괴수였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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