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길게 얘기해도 돼. 아직 밤은 길잖아. 내일 일정은 오전에 없고, 내 말이 맞지?”
“어떻게 제 일정을 아셨는지 모르겠습니다만, 구체적이라면… 일단은 외교 쪽에서 크게 고생할 것은 없었습니다. 익숙해져 가고 있고요. 친구들도 잘 지내고 있고...”
“내 사람이라면 알아야 하지 않겠어? 너는 내 정보를 알고, 나는 네 정보를 알잖아. 궁금하면 너도 나를 캐봐도 괜찮아. 물론, 가능할 때 말이지만.”
일 할 때의 ‘내 사람’이라는 것을 쉐리는 알았지만, 그 말을 할 때 지은 오묘한 웃음이 자신의 마음을 캐는 것 같아 심장이 슬쩍 뛰고 있었습니다. 너는 다른 의미로 ‘내 사람’이라는 듯이 느껴져 기분이 이상해지자, 괜히 와인을 한 모금 마시고 입안과 입술을 초조하게 붙였다, 떼었다 합니다. 당신은 정말로 저를 원해서 끌어당기는 것인지, 아니면 단지 당신의 정보가 위험할까 나를 이용하는 건지 모르겠다면서요.
쉐리는 팬텀에게로 가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그를 완전히 믿을 수 없었습니다. 팬텀의 비밀은 쉐리가 많이 알고 있지만, 팬텀은 그 외에도 숨기는 것이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 밤은 어느 밤보다도 달콤하지만, 위험해 긴장의 끈을 잡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적어도 쉐리에게는, 긴장해서 붉은 테니스 스커트를 매만지게 했습니다.
“캐지 말라는 말씀이시군요.”
“아니, 네가 내 뒤를 캔다면 기분이 좋을 것 같은데.”
목구멍으로 와인 향이 나는 초콜릿이 녹아 넘어가는 것처럼, 팬텀은 부드럽고 달콤하게 속삭이듯 말했습니다. 하지만 쉐리는 팬텀의 목소리에 있는 초콜릿 속에서 열심히 씁쓸한 맛을 찾아 헤맬 뿐. 팬텀은 마음이 가라앉았습니다. 느낄 수 없는 별똥별아, 나와 입을 맞추고, 사랑하고, 같이 춤추자. 달콤함 밖에 없는 내 목소리에서 씁쓸함을 찾지 말아줘, 그저 나를 사랑해도 된다는 말이야. 정말로 저 하늘의 혜성이 되지 말고, 내 앞의 대천사가 되어 내 사랑을 판정해. 얼마나 깊고 아름다운 사랑인지. 팬텀은 쉐리의 눈빛을 읽었습니다.
“... 네?”
“거짓말로 뭉쳐진 사람도, 가끔은 진실을 말하고 싶을 때가 있거든. 그리고 그건 드물고, 특별한 경우야. 어때?”
널 속이지 않을게, 나의 별똥별아. 팬텀의 눈이 잠시 그늘져 보이지 않다가, 아주 영롱하게 빛나고 쉐리의 눈빛에 그의 눈빛을 겹치려고 하듯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말소리는 방을 울리지 않고 서로만을 맴돌았고, 숨과 향기가 전해졌습니다. 그래서 쉐리가 그늘을 드리우던 속눈썹을 활짝 위로 펴고 놀란 눈빛을 하자, 팬텀은 그녀의 손을 감싸듯 잡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