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원한다면, 이제 네게 숨기지 않을게. 쉐리.”
“......”
“그럴 수 있을 정도로 사랑해. 아무것도 숨기고 싶지 않아. 내 모든 걸 알아내, 그리고... 사랑한다고 해.”
팬텀은 그리고 눈으로 지긋이 쉐리를 봤습니다. 너는 내게 소중해, 소중하고, 너무 소중해서 계속 바라왔는데, 네 붉은 눈은 선명한 의심으로 나를 후벼 팠잖아. 사랑하는 마음으로 하는 대화도 전부 걸러내서 듣지. 매정해. 그런데도 이렇게 사랑하고 있는 나를 봐줘. 이것이 진실이라는 건 너도 좋잖아? 믿고 싶다면 어디니까 지나 믿어도 돼. 내가 너를 사랑하니까, 내 진심은 네 거야. 그는 눈으로 입이 하지 못한 말을 쏟아내었고, 쉐리는 잠시 놀라다가 고민하는 듯했습니다. 사실 그녀의 마음은 분명히 팬텀에게로 가고 있었지만, 믿기지도 않았는지 거기서 가만히 멈춰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러자 팬텀은 위의 모든 말들을 다시 입으로 하려다 쉐리의 나머지 손에 향수를 쥐여주며 다시 얼굴을 떼었습니다.
“이게, 뭐죠?”
“향수. 내가 네 눈 색깔 같은 붉은 장미로 만들었어.”
“직접 향수를 만드셨다고요?”
찡긋, 팬텀은 눈으로 윙크를 지었습니다. 물론, 나는 그럴 능력도 있거든. 그러면서 팬텀은 구두로 검고 고풍스러운 나무 바닥을 울리며 쉐리에게로 다가가자 쉐리는 팬텀의 움직임을 따라 옆으로 앉았습니다.
“그래, 내가 직접. 그리고 더 중요한 마법이 여기 들어있지.”
“그게 뭔지 설명을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잠시만, 가까이 와 줄래?”
이마를 맞댈 수 있을 듯한 거리에서 팬텀은 쉐리의 어깨를 잡고, 천천히 말하려는 입술을 뗍니다. 팬텀은 그녀에게 어떤 시간을 주기로 했습니다. 그는 신분 정보에 아주 예민한 쉐리가 고백을 듣고도 자신을 처리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놀란 표정이지만 조금 있다 생각을 가라앉힌다면, 이성적인 그녀에게 사랑을 확신할 수 있는지는 팬텀도 알 수 없었던 것입니다. 원래라면 팬텀을 죽여야 하겠지만, 쉐리는 아직 때를 노리는 건지, 팬텀이 훨씬 강해서 고민하는지 단 한 번도 시도하지 않았습니다. 팬텀은 쉐리의 원래 신분을 알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그러니 완전히 그녀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쉐리는 분명히, 팬텀이 뭔가를 숨기고 자신을 해칠까 긴장했던 것이니까요. 그런 그녀를 믿고 자신의 사랑을 내어주기로 했습니다. 만약, 쉐리가 팬텀이 알던 이유로 긴장한 것이 아니라면… 대천사의 칼끝이 심장을 관통했을 때, 그때 당신의 몸짓은 나를 향한 내 것이었으니 나는 당신을 조금이라도 훔쳤다고 웃으며 말할 수 있는 괴도가 된 것처럼. 그렇게, 그녀에게 죽고 싶었습니다. 어떻게 되든 결말은 사랑인 것이 좋았습니다.
“내 고백에 긍정한다면, 이 장미 향수를 네 몸에 뿌려.”
“...이걸요?”
“그래. 원하는 만큼.”
그 사랑을 맡으면 너는 내 것이 되는 거야. 팬텀은 그렇게 웃는 듯했습니다. 쉐리는 그의 웃음에 저마다의 뜻이 있음을 알았습니다. 보라색 밤하늘이 붉은 바다를 압도하듯 그의 눈빛은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고, 쉐리는 팬텀의 향수가 대체 어떤 건지 알 수 없었기에 눈동자를 살짝 떨뿐이었습니다.
“...알겠습니다.”
“향수를 뿌린 순간, 내가 네 앞에 찾아갈 거야.”
팬텀의 손이 쉐리의 머리카락들 사이에 들어가 둥근 머리를 살짝 잡고 어깨를 안듯 몸을 바싹 당겨오자 팬텀의 제복이 쉐리의 옷에 스쳤습니다. 그리고 팬텀의 입술이 쉐리의 이마에 닿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