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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미너스의 로브에서 나는 섬유 향은 나를 파고들었다. 빗장뼈 근방에서 있던 머리가 입으로 올라와 입속을 젓고 무척이나 따뜻해져서 루미너스를 꼭 잡았다. 큰 품이 버겁지만 커서 압도적이라 좋다. 그러다 입술은 뗀 다음 아주 조금 떨어져서 서로 마주 보고 가만히 있다가 웃기도 하고, 참 잘생긴 것 같다. 그는 의외로 웃음이 굉장히 매력적이니까. 이런 네가 나를 꼭 가지고 싶어 하면 좋겠다. 네가 나를 박제하기라도 했으면 좋겠다. 그런데 박제된 나를 앞에 두고 다른 사람과…… 아, 또 강박사고다. 또 튀어나온 생각을 산산조각으로 만드는 상상을 다시 해도 머릿속으로 계속 루미너스는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있다. 계속해서 싫은 생각들이 끊어지지 않아. 좋다가도 또 생각나서 이제는 즐거운 순간에 생각이 닥쳐올까 두려워. 네가 있는 순간이 너무나도 좋지만 불안해. 또 생각이 나, 그런 생각 같은 거 하고 싶지도 않은데… 그런데도 꼬리에 꼬리를 물고 너와 있는 시간도 불안하게 만든다. 너는… 나를 사랑하고 있지? 내 생각이 진짜가 되는 거 아니지? 그저 내가 불안한 거야. 그래…. 아, 우울하다. 죽고 싶다. 그냥 아무 불안도 생각도 없이 행복해지고 싶은데. 나는 계속 너를 의심한다. 그래서 그런 꿈은 이루어질 수 없나 보네. 그럴 것 같으면 그냥 죽고 싶다. 생각도 모든 것을 끝내고 싶다. 그러면서도, 루미너스의 옷자락을 붙잡고 껴안으면서 나도 모르게 놓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도 루미너스와 있으면 좋으니까. 계속 사랑해줬으면 좋겠어……. 나는… 왜 이렇게 된 걸까. 정말…… 배신은 사람을 병들게 만든다. 신뢰도 사람을 병들게 만든다. 버려진 신뢰는 사람을 죽인다……. 결국 나는 루미너스 앞에서 조금 울고 말았다. 이런 것은 모르면서, 나중에 내가 일부러 빙 둘러서 덜 사랑하려고 했다고 하면 화낼 거야. 그렇지? 미안해, 내가 병들어서 그래. 그렇다고 말해도 원망하겠지만.

 

  “왜 울어.”

  “… 좋아서.”

  “좋은데 왜 울어. 혹시, 기억이 많이 충격적이었던 건 아니겠지.”

  “루미너스, 심한 장난을 치는 거야?”

  “아니, 늘 하던 행동을 하다가 갑자기 눈물을 흘리다니 이상하잖아.”

  “…… 평범한 것에 감동할 수도 있지. 너랑 있는 거잖아.”

  “……그렇다고 해 두지.”

 

  루미너스. 사실은 그 정도로 네가 좋기도 해. 감동할 수 있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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