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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흐름은 거대한 수레바퀴와 같다. 한낱 인간은 세태를 바꿀 수 없다. 인간이 손에 쥘 수 있는 도구는 한미하기 짝이 없고, 그것조차 쥐지 못한 인간은 얼마나 하찮은가. 권력을 가진 자도, 가지지 못한 자도 그저 기도할 수 밖에 없는 시대의 흐름. 아이셀과 일린은 그 속에서 안타깝게 헤어진 친구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의 의도였고, 능력이었다고 해도 그랬다. 그냥, 그랬다고.
아이셀은 중얼중얼 무언가를 입 속에서 되뇌다가 그냥 고개를 푹 숙였다. 제 앞에 쓰러져 있는 사람을 바라보고 싶지 않았다. 분명 제 손으로 쳐 쓰러뜨린 사람인데 그랬다. 짧고 푸른 머리카락이 이리저리 늘어져있고, 몸은 통제권을 잃었다. 아이셀은 제 손으로 기절시킨 친구를 보다가 조용히 들쳐 업었다. 이래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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