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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관님."

  경애해 마지않는 장관님.

  "저는 배신하지 않았습니다."

  기이할 정도로 바른 목소리. 배를 꿰뚫은 칼과, 흐르는 피 속에서 기이하게 빛나는 눈. 형형하게 빛나는 눈으로, 악마숭배자는 무릎을 꿇는다.

  "그로슐라 장관을 죽이려고, 했습니다. 죽은 건 아이셀이지만."

  웃음조차 나오지 않는 순간. 일린은 제 의식이 희미해지는 것을 느낀다. 그러나 기꺼웠다. 이 앞에서 죽는다면, 분명 리리움 장관은 다시 저를 믿으리라. 충성스러웠던 간자로, 리리움 가문이 아님에도 믿을 수 있는 사람으로 기억하리라.

  "저는, 장관님을 위해 죽을 수 있습니다. 지금 장관님을 위해 죽고 있어요."

  일린의 제 1 가치는 삶이었으나, 지금은 그것마저 리리움의 아래에 있다. 제 가장 소중한 것을 그의 발치에 던져놓고, 일린은 제 보잘것없음을 절절하게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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