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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떠올리면 심한 변덕이었다. 허나 그 변덕은 결국 내가 사유라에게 '한눈에 반했다'는 말과 같았다. 나는 그날, 다시 태어나면서 사랑을 가져버렸던 것이다. 본래라면 내가 가질리 없었을 감정을...

 

 

  "뭐, 그걸 깨달은 건 조금 후지만..."

 

 

  그런 감정이 있거나 누군가의 모습들을 봤지만, 한 번도 가진 적도 공감한 적도 없는 감정을 스스로 깨달을 수는 없었다. 사랑이라 몰랐을 때는 그저 가지고 싶다는 욕망이라 생각했다. 약해졌던 내게 건내져 온 부드러운 목소리와 미소, 손길들을 온전하고도 완벽하게 가지고 싶었다. 내게 만을 향하길 바랬고, 위태로움이 가득하던 그녀를 내가 웃게 만들고 싶었다. 허나 자신의 감정에 대해 제대로 모른 것이 문제였을까. 내 것이 되어달라는 부탁에 사유라는 끝내 울었었다. 살려달라는 애원과는 비슷하지만 틀린 애원을 내게 말했었다. 자신을 특별하게 여기지 말아 달라는, 자신이 다시 기대감을 갖게 하지 말라는 울음 섞인 목소리였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그때의 그녀의 말에 의해 나는 내 감정이 사랑이란걸 알게 되었다.

  그 후는 나는 계속 사유라에게 고백하고, 그녀는 거절하기의 반복이었다. 그리고 내 몸이 완전히 돌아왔을 때엔 일이 터져버렸다. 사유라는 내게 자신의 소망을 말했고, 나는 그것을 거절했다. 다음은... 사실 떠올리기 싫지만 잊지 말아야할 일이다. 사유라가 새로운 내 부탁에 무너져 자살을 시도하려 했다. 그때의 그녀의 얼굴을 잊지 못한다. 그 색색의 알약들을 잊지 못한다. 만약 내가 그 독약들을 전부 먹지 않았다면 처음이자 유일한 사랑을 가지게 한 사유라가...

 

 

  "제길..."

 

 

  나도 모르게 나온 욕지거리. 그만큼 그날의 일과 막지 못 했다면의 일을 생각한다면 가슴이 얼어붙는 감각을 느껴버린다. 사유라가 죽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은 끔찍하다. 몇 번이고 꾼 악몽들은 지독했다. 차라리 내가 죽고 싶었을 정도로... 아아, 그래. 나는 그때 독약을 먹었을 때, 죽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죽지 않는다면 그걸로 됐다면서, 내 곁에 그녀가 없을거라면 차라리 죽는게 나을거라고... 나는 이기적인 생각을 했다. 그녀가 그것으로 후에 아파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모른채 말이다.

  지금은 알게 되었지만, 결국 예전이나 지금이나 나는 사유라가 없는 삶을 상상할 수가 없다. 나는 그날 그녀를 만난 순간부터 사유라란 존재에게 구속되어져 버린거다. 삶의 이유도, 기쁨도, 슬픔도, 행복도, 괴로움도 모든게 그녀와 연결되어져 버렸다. 이것은 어쩌면 미친 것이 아닐까.

 

 

  "그래도 상관없지만..."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다. 다른 것들은 어찌돼든 상관없다. 나는 사유라만 있다면 족하다. 설령 그걸 위해서 어떠한 댓가를 치러야 하더라도. 필요하다면 누군가의 목숨, 한 국가, 더 나아가 별을 부술 것이다. 그걸로 사유라에게 미움을 받더라도, 내 곁에 그녀를 둘 수 있다면 상관없다. 하지만 이건 최후의 수단이니 지금은 머릿속 한 구석에 밀어두자. 아직은 그럴 필요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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