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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이 너무 깊어졌군. 사유라는 지금쯤 수다를 끝냈을까. 어느새 눈을 감았던 눈을 떠 창밖을 보니 때 마침 대화를 마친 듯, 그녀와 대화를 나누던 인간이 자리를 뜬다. 드디어 둘만의 시간이 될거란 생각에 기분이 좋아지려던 찰나 다른 인간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것은 어린 남자 인간의 목소리였고, 엄마라는 단어를 외친다. 허나 나와는 상관이 없어, 사유라를 본다. 거기엔 소리가 난 쪽을 바라보는 그녀가 있다. 우주에서 본 어느 별보다 예쁜 눈동자엔 몇 번이나 봐온 슬픔이 담겨지고 있었다. 그 이유를 알기 위해 그녀가 보는 방향을 살펴본다.

 

 

  "엄마, 나 오늘 학교에서 체육시간에 달리기 했어!"

  "그래?"

  "거기다 1등이었다!"

  "대단하네~ 우리 아들! 좋아, 오늘은 저녁은 우리 아들이 좋아하는 계란말이 해줄게."

  "와아~!!"

 

 

  그곳엔 평소 조용한 이곳과는 다른 풍경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단 둘 뿐인데도 어딘지 시끌벅적하다는 느낌이 드는 두 인간. 다시 사유라를 본다. 점점 멀어지고 있는 두 인간을 바라보는 그 표정은 잔잔하다. 허나 그럼에도 내게는 금방이라도 울 듯한 표정으로 다가온다. 나는 알고 있다. 사유라는 저 표정으로 언제나 자신의 감정을 감추고 왔던 것을. 그리고는 혼자가 되면 무너지던 모습도 알고 있다.

  저 때의 사유라는 항상 무언가에 짓눌려 있다. 그녀가 말하기로는 후회와 그리움, 미안함 등의 여러가지 감정이라고 한다. 나는 모른다. 나는 아직 그녀가 몇 년이란 시간동안 벗어나지 못하는 만큼의 아픈 감정을 모른다. 겪은 적이 없는 감정에 대해 공감하기 힘들다. 이것이 어쩌면 어쩔 수 없는 차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필사적으로 이해하려 한다. 허나 그럼에도 나는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다. 지금의 내게는 커다란 슬픔도 괴로움도 없다. 사유라가 내 곁에 있기에 나는 아직 절망을 느끼지 못한다.

  이런 내가 그녀를 진정으로 위로해주거나 아픔을 덜어줄 수 있는지 확신할 수 없다. 그럼에도 곁에 있는다. 함께하려 한다. 나는 그녀 덕에 아직 더 행복해질 수 있는데, 그녀는 어떨까. 저렇게 짓눌리고 괴로움을 가진체 있다가 또 무너지지 않을까. 만약 사유라가 진정으로 무너져 내 곁에서 사라진다면, 나는 벗어나지 못할 슬픔에 빠지겠지. 그것이 무섭다고 느껴, 사유라를 잃고 싶지 않아 자리에서 일어선다. 전해야 할 말을 되새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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