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로스, 혼자 있게 해서 쓸쓸하셨어요?"
"이제는 그런 말로 얼버무리는 법도 배웠군."
"보로스도 말이 느셨어요."
뒤에서 끌어안자 들려온 목소리는 언제나와 같다. 아니, 미미하게 밝은 느낌이다. 허나 그것이 일종에 숨기는 행위임을 알고 있다. 아직도 완전히 버리지 못한 사유라의 면모는 내 마음을 조금 무겁게 만들어 버린다. 아아, 이 가녀린 존재는 왜 아직도 내게 완벽하게 기대지 않는걸까. 나는 너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데...
"내가 곁에 있어주마. 언제까지나..."
"......"
"나는 너를 혼자 두지 않을거다. 너만을 사랑할거다."
"알고 있어요. 그러니까 저는 괜찮을 수 있어요."
"... 그렇다면 왜 방금까지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었던거냐."
"아직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에요."
괜찮다고 했으면서 그녀는 어쩔 수 없다는 부분에 여전히 괴로워한다. 언제면 그 어쩔 수 없는 부분이 나아질까라고 생각하며, 작은 턱을 올리게 한다. 그러자 나를 올려다 보는 눈동자는 흔들림이 없다. 예전에는 부서질 듯 흔들렸던 눈동자는 나를 똑바로 바라봐, 미약하게 안도한다. 정말이지, 한 시도 혼자 내버려둘 수 없는 존재다. 이렇게 몇 번이고 확인하지 않으면 내가 불안함에 먹혀버릴 것 같으니까. 그렇게 늘어가는 나약함을 자각하는 내게 사유라는 미소를 보인다. 그저 미소뿐인데도 너무도 사랑스럽다.
"보로스, 슬슬 목이 아파오는데..."
"이 정도로 아파오는거냐."
"그러게요. 저도 몰랐어요."
"집 안으로 들어가자."
"네네."
여유로운 모습. 예전이었다면 내 질문에 미안하다고 사과했을 사유라는 지금 사과하지 않았다. 사과하던 그녀는 대부분 슬퍼보였기에 들려온 대답이 내게 있어 더 좋은 반응이다. 또 다시 방해가 들어올까 작은 손을 잡고 집 안으로 돌아간다. 이제야 둘만의 시간이 돌아 왔다고 들뜨는 찰나 내 손안에 있던 온기가 스르르하고 빠져나간다.
"어디 가는거냐."
"이제 이불을 빨래해야 해서요."
"나중에 해라. 아니, 내일 해라."
"그치만..."
"꼭 지금 해야만 하는거냐."
한 순간 허전해진 손 안이었다. 그 감각이 너무도 싫어, 재빨리 사유라의 손을 잡았다. 내 미약한 불안함이 담긴 질문에 사유라는 태연하게 답한다. 내일로 미루라는 내 말에 조금은 당황한 시선이 건내져 온다. 참 바보같은 억지다. 어리광이라는 행위다. 결국 집 안에 함께인데도 잠시라도 떨어지기 싫음에 붙잡는다. 허나 어쩔 수 없다. 평소에 그녀의 사정이라는게 있어 참지만, 사실은 한 순간이라도 떨어지기 싫다. 품 안에 가두어 어디로도 못 가도록 하고 싶다. 내가 생각해도 심각한 집착을, 나보다 감정에 더욱 잘 아는 사유라도 알 것이다. 아아, 지금은 참았어야 했을 순간이었던건가...
"그럼 내일로 미루죠."
"괜찮은거냐?"
"네. 대신 커피 좀 끓여 올거니까, 이 손은 놓아주세요."
"...... 알았다."
내 부탁을 들어준 그녀지만, 결국 어디론가 가려고 한다. 사실은 놓기 싫은 손을 놓아준다. 사유라가 내 부탁을 들어줬으니, 나도 들어줘야 한다. 그것이 그녀와의 관계를 오래 유지하고도 사랑받을 수 있는 방법이기에. 지금은 내가 참아내야 할 순간이다. 물론 손을 잡고 싶다는 욕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