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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리드, 왔네요.”

  “왔어요. 미안해요, 너무 늦었죠...”

  “... 아니에요. 바로 같이 갈 거죠?”

  “바로 가야 할 것 같아요. 단풍나무로 가면 의식이 깨어날 거예요.”

  “잠시 뒤를 돌아봐 줄래요? 보여주고 싶었던 게 있어서요.”

  “...?”

 

  뒤를 돌자 문에 붙어있던 큰 거울에 내가 비쳐 있었다. 그리고 작은 거울들도 하나씩 깜빡하고 빛나더니 나를 비추기 시작했다. 그런데 잘 보니 모두 판도라의 시점이었다.

 

  “저 거울들과 어떤 사람은 꿈에 자주 나와요. 나올 때마다 싫어했죠. 그런데, 프리드를 만난 뒤부터 저 거울들이 프리드를 비추고 있었어요. 하나도 빠짐없이.”

 

  그 말을 한 뒤에 판도라는 웃었다.

 

  “그러니까… 당신을 사랑해요, 그런 것을 느끼게 해줘서 고마워요. 이걸 말해주고 싶었어요.”

  “나도 그래요. 당신은 내게 처음이고, 마지막일 거예요.”

 

  이 세계뿐만이 아니라, 내게 가장 소중한 생명이 당신이고, 가장 귀중한 사랑이 당신이니까. 나의 처음이지만 마지막. 그 말은 처음으로 본 가장 아름다운 봄보다 더 아름다운 계절은 없다는 것이었다. 앞으로도 더 사랑할 사람은 없을 거라고. 이렇게 행복한 사랑도 없을 거라고. 나는, 우리는 그렇게 말하고 등나무 꽃밭에서 거울 복도를 지나 단풍나무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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