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 오늘은 당신이 좋아하는 콘스프가 잘 되었어요.”
“......”
당신은 꼭 인형처럼 눈을 감고 누워 있네요.
이질적으로 아름답다고 해서, 판도라, 당신은 인형이 아니잖아요.
“오늘 아침도 계속 잘 거예요?”
“......”
“알았어요. 점심까지 일어나지 않으면, 내가 다 먹을 거예요. 점심땐 꼭 일어나요.”
“......”
아침에 흐트러진 당신의 앞머리를 왼쪽 가르마를 따라서 옆으로 정리해 주고 싶었어요. 꼭 커다란 나뭇잎 같은, 원래는 일자였지만 길어 나와 옆으로 넘긴 앞머리는 어제와 똑같네요. 정리는 내가 하면 안 된다는 거죠? 크로아상 같이 왼쪽으로 넘긴 뒷머리도 내가 손 댈 필요는 없겠네요. 당신의 연보랏빛 눈을 보고 싶었는데, 오늘도 그 색과 똑같은 머리칼 색깔을 볼게요. 그리고 길고 가지런한 속눈썹을 볼게요. 위로 호선을 그린 듯한 일자 눈썹도 볼게요. 그렇지만 눈을 보고 싶어요. 라벤더처럼 향기로운 당신은, 이제 정말로 식물처럼 움직이지 않을 것 같지만.
“아, 여기 또 찔렸네.”
나무식탁의 코팅이 닳아서 그만 나무 가시에 찔렸네요. 저번에 주의하라고 했었죠? 나는 그렇게 완벽한 사람이 아니니까, 옆에서 찔리지 말라고 계속 말해주세요. 그렇게 해줘야 더 빨리 고치죠. 판도라, 당신의 올곧고 청아한 목소리가 듣고 싶은데… 그저 방에서 자고 있네요. 봄꽃이 만개한 창문을 배경으로, 언제 당신에게 말했었죠. 판도라는 봄의 여신 페르세포네 같은 얼굴이라고. 물론 그림이랑 닮은 건지는 모르지만, 우아하고 싱그러운 봄 같죠. 당신은 연보랏빛 봄의 여신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려요. 과찬이라고 했었죠. 하지만 판도라, 난 당신이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보다 아름다웠다던 공주 프시케에게 견주어도 된다고 생각해요. 매번 당신이 웃을 때마다 그 눈빛 같은 연보라색 햇빛이 내리는 듯했으니까. 나비 날개를 달고 내게 내려와 줘요. 예전처럼 웃는 모습을 하고, 당신이 프시케가 된다면 나는 그와 이루어졌었던 에로스가 될게요. 우리의 사랑이 그렇게 이루어질 수 있다면 무엇이든지 해요.
[Yawning Lion]
이거, 하품하는 사자 사진에 당신이 써 줬던 영어죠. 나는 라틴어를 하니까 라틴어를 가르쳐주고, 당신은 영어를 가르쳐 줬어요. 영어가 모국어라고 했죠? 성은 영어가 아니라고 했지만. 나도 영어, 이제는 꽤 잘해요. 하지만 잘하기 시작했을 때 당신은 잠들어 버렸죠. 이제 더 잘할 거니까, 칭찬해줄래요? 그래 주면 라틴어 더 잘 가르쳐 줄게요, 예전에 조금 가르쳐준 거 다 까먹어도 좋으니까… 판도라는 언어에 대한 지능이 좋잖아요. 잘 할거예요. 그러니까 일어나요. 저 사자처럼 하품도 해봐요. 계속 자지 말고…